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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물관 유물은 손댈 수 없지만 이곳 '보물'은 껴안고 만져도 돼요

관리자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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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상·목조각 40년 모은 김의광씨, 인사동서 부암동 산자락으로 이사
"부처상 수집하는 기독교 신자? 우상 아니고 예술품 모은 겁니다"


"이 구슬 한번 굴려보셔요." 8일 만난 목인박물관 김의광 관장(70)이 해태 석상(石像)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해태가 큼직한 구슬을 입에 물고 있었다. 손으로 밀자 입안의 구슬은 좌우로 조금씩 구르듯 움직였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 해태 구슬을 굴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었대요. 제가 모은 유물들은 대부분 이렇게 만져보고 쓸어볼 수 있어요. 나라가 운영하는 박물관 유물은 대단하고 귀해서 만질 수 없지만, 전 그보단 보잘것없고 대수롭지 않은 것을 모으니 괜찮죠(웃음)."

2006년 서울 인사동에 개관했던 목인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목조각 전문박물관이었다. 당시 30년 넘게 김의광 관장이 모은 목인(木人·나무로 만든 조각이나 민예품) 8000여점을 전시했다. 올해 초 서울 부암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관장이 부암동 산자락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꾸몄다. 6600㎡가 넘는 드넓은 야외 전시장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수집한 부처상과 문인석(文人石)·무인석(武人石)·동자석(童子石) 800여점을 볼 수 있다. 군데군데 마련된 실내 전시장엔 온갖 목인과 민화, 꽃상여와 부속장식, 전 세계를 돌며 모은 민예품이 500여점있다. 갈피를 하나로 잡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컬렉션이다. 김 관장은 "서민들이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갖가지 물건을 모으며 평생을 보냈다"고 했다.

①서울 목인박물관 실내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목인. ②실내전시장 입구에 놓인 문인석. ③해태상을 끌어안은 김의광 관장. ④일제강점기 시절 상여를 장식하는 데 쓰였던 순사 목조각.

김 관장은 태평양그룹 창업자 고 서성환 회장의 둘째 사위다. 1975년 태평양에 입사, '설록차'로 유명한 태평양 계열 장원산업 회장을 지내고 2004년 퇴직했다. 수집을 시작한 건 1975년쯤이다. 용산 주한미군기지에 있는 미군 집에서 반닫이가 그림처럼 놓여 있는 걸 보게 됐다. "이전까진 우리 물건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죠. '외국인 집에도 우리 물건이 있는데, 나도 좀 돌아봐야겠구나' 했죠."

그림이나 유물에 한톨 관심도 없던 그는 이후 인사동과 중앙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산 건 등잔이었다. 집의 백열등을 끄고 등잔에 불을 밝혔다. 마음에 고요한 바람이 일었다. '이런 것을 모으는 게 내가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엔 목인을 모았다. "버리면 썩을 나무에 옛사람들은 두려움도 그리움도 새겼잖아요. 그게 맘에 들었죠."

수집벽은 석상과 옹기, 각종 탈까지 가지를 뻗었다. 미처 사들이지 못한 민속품은 자다가도 눈에 밟혔다. "내가 안 사면 어디 팔렸다가 결국 없어질 것 같은 거죠. 이런 민속품들은 달항아리처럼 귀하고 값비싼 게 아니니 제가 다른 곳에 돈을 안 쓰면 살 만하기도 했고요(웃음)."

부암동에 박물관을 재개관하기까지 석상을 매일같이 실어 나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파내서 수장고에 갖다 놓기만 수백 번 거듭했다.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오르내리는 산자락의 나무 계단조차 처음 깐 것이 맘에 안 들어 뜯어내고 다시 깔 정도로 신경을 썼다. 김 관장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솎아내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했다.

부처님 동산과 해태동산, 제주의 뜰과 목인창고 등으로 이뤄진 박물관을 돌다 보면 김 관장이 불교 신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기독교인이 이런 걸 모아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는 이런 답을 들려준다고 했다. "우리에게 '우상'은 돈이나 명예욕 같은 헛된 욕심이죠. 이건 예술품이잖아요. 옛 조상들의 소박한 마음이 깃든 작품들을 모으다 보면 오히려 욕심이 줄고 돈에 대한 집착이 사라져요. 제가 모은 이 옛것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보고 즐기고 싶어요. 아름다움이란 건 결국 그런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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